캐릭터 스토리

칼리의 이야기

깨죽 2025. 5. 5. 22:43

 

칼리에게.

너는 어디에도 속할 수 없어.
네 더러운 피는 숨기려 해도 숨겨지지 않고,

네 천박한 본성은 감춰질 수 없을거야.
넌 평생 도망치고,네 쓸모를 증명하며 연명하는 삶을 살아갈거야.
반마족 쓰레기 새끼니까.



바라던건 별 것 없었던 것 같은데.
아,씨발. 그래..그래,그래.그래...
아버지가 날 인정해주길 바란 것 같아.
아버지가 나를 떠나지 않기를 원했었어.
아니야,아버지가 나를 버리지 않길 바랐어.

어머니가 나를 사랑해주시길 바랐어.
다른 형제들 처럼,나를 안아주길 꿈꿨어.
칼리.칼리,칼리...
내 이름을 불러주며 안아주시는거야.

어머니의 품이 늘 궁금했어.
남들은 당연한듯 받고 사는 사랑은 대체 어떤 건데.
그게 얼마나 대단한 것이길래
내겐 한 톨도 허락 되지 않는 건데?

내가 검을 쥐고,내가 책을 펼치고.
죽을 만큼 노력하고 간절하게 발버둥쳐도...
어머니는 나를 돌아봐 주지 않으셨어,아버지는 나를 인정해 주지 않으셨어.
형제들은 나를 덜떨어진 새끼 취급을 하곤 했었지,그래도 괜찮았어.
내가 노력하면 해결 될 일이라 믿었었으니까.

세상엔 노력만으로 가질 수 없는게 있었다고,
그게 빌어먹을 사랑이었다고.
모두가 당연한듯 쥐고 있는게 내 손엔 없었다고.
남의 것을 빼앗아 가질 수 있는것도 아니었다고.
부러워 하고,갈망하고,이내 원망을 쏟아내도
내 말을 들어줄 이 하나가 없으니 아무 의미도 없는 불평이지.

그러니까 이거 하나였어.
검을 쥐어,아무도 나를 무시하지 못하게.
나를 덜떨어진 새끼라고 손가락질 하는 그 손가락을 베어 버릴 수 있게.
나를 조롱하는 그 혀를 모두 잘라낼 수 있게,
나를 하찮게 보는 그 두 눈알들을 감겨줄 수 있게.
내 세상의 전부,내가 가진 유일한 것.



검을 쥔건 내 생애 최고의 선택이었어.
나를 병신 취급하던 형들을 모두 죽여버렸거든.
어머니 까지도.
공허하지가 않았어,내가 가진적이 없던 것들이니까.

내 두 손이 떨리는건 기쁨일 것이고,

내 두 눈에서 흐르는 눈물 역시 같은 이유일거야.

나는,옳은 선택을 했어. 그렇지?

 

죽어가던 어머니는 내게 저주를 퍼부었고,

형제들은 나를 미친놈이라 욕했지.

괜찮아,예상한 일이었어.

죽어가던 어머니의 손을 잡아봤다.

태어나서 처음 쥐는 어머니의 손은 따뜻하지가 않았어,

형제들은 따뜻한 어머니의 손을 쥐어봤을까?

 

차갑게 식은 어머니를 들어 올려 안아봤어.

어머니의 품은 그리 안락하지가 않았어.

그럼에도 기쁘게 웃었어.

드디어,나도 어머니가 안아주신거야.


그래,이게 옳은 일이야.
이건...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평생 가려도 가려지지 않는 반쪽짜리 귀와,
사람들의 손가락질.
이정도는 괜찮아,늘 견뎌온 것들이니까.
어쩌면 맞는 말이지,나도 내가 미친놈인걸 잘 알고 있어.
지켜본 적 없는 검을 쥔 기사단장.

나를 무시하는 빌어먹을 새끼들,나를 천대하는 죽어 마땅한 새끼들.




내가 바란건 별 것 아니었는데,
어머니가 내 이름을 불러주면 됐는데.
어머니가 나를 안고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만 해줬으면 됐는데,
형들과 함께 식사를 해보고 싶었는데.
나를...
사랑해주길 바랐는데.
마지막 순간까지 바라던건 그것 하나였는데.

 

어머니,

어머니가 저를 사랑했다고 말해주세요. 저를 너무 사랑해서,나를 귀하게 여겨 감히 안지 못했다고 말해주세요. 나를 정말 사랑했노라 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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