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스토리

콜&핀의 이야기

깨죽 2025. 2. 12. 20:40

 

삶이 저주스럽다,콜과 핀에겐 그랬다.

둘의 어머니는 인간이었다.고위 귀족이던 마족과 눈이 맞아 철 없는 하룻밤을 보냈다.

그저 하루의 일탈이었는데,그랬어야 했는데.

 


 

 

어느날 덜컥 콜과 핀이 생겨버렸다.하룻밤 일탈의 대가로 받아들이기엔 너무나 무거운 짐이었다.

그녀와 잠자리를 가진 남성은 임신 사실을 알자마자 뒤도 돌아 보지 않고 떠나갔다.

그는 자신의 아이들 성별 조차 알지 못했다.

 

애초에 마족들이란,자신들의 피가 섞인 반쪽짜리 무언가를 보는걸 그리 달가워 하지 않으니까.

그는 그 반푼이의 성별도,반푼이가 하나인지 둘인지도 굳이 알고 싶어 하지 않았다.

 

홀로 남은 여인은 배가 불러올 수록 불안해져갔다.

인간의 몸으로 마족의 아이를 낳는 것도,온전히 혼자라는 사실도.

의사에게 진찰을 받은 날,쌍둥이 남아라는 소식에 더욱 더 가슴이 조여왔다.

'아이가 둘이요,둘이란 말이에요.'

이미 도망친 아이의 아버지를 찾을 길도 없고,이미 생겨버린 아이를 떼어낼 수도 없고.

그녀는 혼자 앓다 그렇게 콜과 핀을 낳아'버렸다.'

 

아이 둘을 키우면서 시달리는 생활고와 가난이 그녀를 점점 더 지치게 만들어갔다.

아이들 세상은 어머니 하나겠지만,그녀의 세상은 아이들이 아니었다.

비가 유독 많이 내리던 밤,그녀는 늦은 시간 힘 없이 밤거리를 걸었다.

일에 지쳐 피곤에 찌든 얼굴이었지만 아름다운 외모는 시들지 않았다.


 

유독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던 그날 밤.

그녀는 귀족 정부로서 함께 할 수 있다는 제안을 받았다.

늙디 늙은 귀족,심지어 마족이었다.

 

그녀는 문득 자신을 버렸던 사내가 떠올랐다.이제는 얼굴 조차 희미해진 모습이다.

목소리가 어땠더라,그 날 그 사내를 안지 않았더라면 나는 어땠으려나.

그녀는 멍하니 손을 내밀어 잡았다.

그게 끝이었다.그녀는 두번 다신 그 빌어먹을 가난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두 아이들은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를 하염 없이 기다리다,불현듯 깨달았다.

 

어머니 마저 자신들을 버렸다는 사실을 말이다.

'혐오스럽다,내 부모가,늙은 귀족이,모든것이.'

길 위에서 악착같이 살아남기 위해 형제는 무엇이든 했다. '무엇이든'

그게 선인지 악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그저 살아 남아야 했다.

 

콜과 핀이 유일하게 제 부모에게 고마워 하는건 단 하나였다.

하필이면 쌍둥이로 낳아줘서,세상에 자신 하나만 있는게 아니라는 사실이

유일한 위안이었다.더러운 시궁쥐 마냥 길바닥을 전전하던 콜과 핀에게,

어느날 붉은색 머리카락을 가진 험상궂은 마족 하나가 손을 내밀었다.

 


 

'뭐야 이새끼들은,거지냐?'

다소 험악한 말투와 다르게,그는 아이들을 집어 들어 이리저리 살펴봤다.

또래보다 마르고 작았다.귀 모양이 마족의 귀모양도 아니었다.

척 봐도 이거 반푼이 마족이구나,그는 그리 생각했다.

용케 길바닥에서 안죽고 버틴게 신기할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눈깔이 마음에 들었다.애새끼 주제에 독기가 가득 찬 저 눈깔이.

 

'날 따라와라,굶어 죽진 않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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